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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정과 자유로운 기업 정신
벤 코헨과 제리 그린필드가 친구가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시절이다. 체육시간이 돌아오면 그 둘의 뚱뚱함을 당할 자가 없었기 때문에 둘은 마음이 통했던 것이다. 대학 시절 제리는 축제 기술이라는과목에서, 주특기인 불[火] 먹기와 벽돌 깨기로 A학점을 받았다. 벤은 대학을 중퇴하고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는 일, 수퍼마켓바닥 닦이, 경기장 야경꾼 등 갖가지 희한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렇게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곳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재미있고 자유로운 사업을 찾기위해 뭉치기로 했다.
둘은 모두 베이글과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음식 사업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베이글 사업을 하자는 아이디어는 집이나 사무실로 베이글을 배달해주는 UPS 아니 UBS (United Bagle Service) 구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기계 값을 알아보러 전화 한 통을 해본 뒤아이스크림을 만들자는 쪽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들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5달러짜리 아이스크림 제작론통신 강좌를 수강했다. 그들은 이 강좌의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오픈북 테스트라서 빛이 좀 바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학위' 를 취득한 이들은 가게를 낼 만한 장소를 물색했다. 날씨는따뜻한데 아이스크림 가게는 없고, 거기에다 대학까지 있으면 더 좋았다. 하지만 그런 곳은 없었다. 결국 다 포기하고 '아이스크림 가게가 없는 버몬트 주의 벌링턴으로 낙찰을 봤다. 그곳은 다 좋은데 좀추운 게 흠이라서, 해마다 161 일 정도는 늘 영하로 내려가는 곳이었다. 잘 알다시피 1년은 365일이다. 그들은 이곳에다 벤 앤드 제리(Ben & Jerry s)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었다.
미국 아이스크림 약사(略史)
유지방, 설탕, 향료, 때로는 달걀, 견과류, 과일 등을 조합한 달콤한 얼음 과자 아이스크림의 기원은 고대 로마로 거슬러올라간다. 이태리의 아이스크림은 지금도 유명하다.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은 1851년 볼티모어에서였다. 저온살균과 균질화 공법의 발달로 아이스크림을 안전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이 정말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1920년대부터였다. 딕시 컵에다 한 사람이 먹기 좋게 개별 포장을 해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2차 대전이 끝난 뒤로는, 냉장고의 크기도 커지고 성능도 좋아졌다. 덕분에 사람들이 수퍼마켓의 냉장 코너에 놓인 아이스크림을 사다가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수요도 점차 늘어났다. 당시에는 뉴욕의 브레이어스나 LA의 너드슨, 시카고의 도브 바 같은 지역 브랜드가 지역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1960년대에 동부의 한 사업가가 싸구려 통컵 아이스크림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고품격 아이스크림을 내놓았다. 보통 아이스크림보다 유지방 함량도 높고 맛도 더 다양한 고가의 아이스크림, 바로 하겐다즈였다.
밴 앤드 제리 블루스
벤과 제리는 1977년 벌링턴으로 이주한 뒤, 버려진 주유소를 빌렸다. 회사 이름은 벤 앤드 제리로 했다.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제리 앤 벤보다 듣기 좋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위로 차원에서 사장은 제리가 맡기로 했다. 연초에 주유소를 개조하는 동안, 그들은 이웃의 가게에다 사과주나 커피, 쿠키 같은 것을 팔면서 먹는 장사가 무엇인지를 직접 체험했다. 그들은 손님을 만나면 그림 맞추기 퍼즐이나 게임으로 그들을 즐겁게 해줬다. 또 손님들에게 쿠키를 그냥 나눠주기도 했다. 훗날, 쿠키를 나눠주는 것은 그들 사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벤과 제리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 온갖 실험을 해봤다. 때로는 아주 맛이 풍부하고 부드럽게 나오기도 했지만 뚝뚝 떨어지거나 말라붙어버린 경우도 많았다. 성공하건 실패하건 두 동업자는 그날 만든 것은 그날로 모조리 먹어치워버렸다. 1978년 그들은 빌린 돈 4천 달러에다 공동 출자한 8천 달러를 합쳐 벤 앤드 제리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스쿱 숍(Ben & Jerry's Homemade Ice Cream ScoopShop)을 열었다.
가게에서 손님들이 주문을 하는 동안 한 친구는 흥겹게 피아노를 쳤다. 그는 아이스크림 사업가를 위해 아이스크림 블루스」라는 곡을 쓰기도 했다.
"집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만 / 줄서서 기다리긴 너무 싫다네. 하지만 '벤 앤드 제리' 아이스크림은 / 아무리 기다려도 행복하다네./디디 와, 디디 와,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