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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과 기름이 만나

    1859년 어느날 펜실베이니아의 티투스빌. 미국 최초의 굴착기 중 하나가 암반을 깨트리자 검은 액체가 솟구쳤다. 그것은 미국사를 영원히 바꿔놓을 발견이었다. 석유, 그것은 일확천금에 눈이 먼 미국의 모험가들에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 광란의 도시에 로버트 체스브로우도 끼어들었다.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온 이 화학자는 굴착기에서 검은 석유 찌꺼기를 제거하는 인부의 모습을 보았다. 로드 왁스라는 그 물질은 당시엔 거의 쓸모 없는 부산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체스브로우가 보기에 검은 찌꺼기에서는 뭔가 쓸모있는 것이 나올 듯했다.

    그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결국 그 검정 찌꺼기를 하얀 색의 촉촉한 젤리로 변형시켰다. 그 젤리를 쉽게 설명할 만한 이름이 무엇이었을까? 언어에도 관심이 많았던 체스브로우는 물을 뜻하는 독일어 바세르(Wasser)와 올리브유를 뜻하는 그리스어 에라인을 합성하여 단어를 만들어냈다. 발라요, 발라, 바세린(Vaseline)!

    바세린을 응용한 상품 가운데 유일한 성공작은 1916년에 소개된 바세린 헤어 토닉이었다. 이 제품 덕분에 수백만 남성들은, 경쟁사의 경멸적 표현을 빌자면, “개기름이 흐르는” 반들반들한 머릿결을 연출할 수 있었다.

    석유로 만들었지만 절대 타지 않습니다

    19세기, 미국에서 그나마 통용되던 몇 가지 치료법은 식물과 약초의 치료효과를 이용한 동종요법에 기댄 것이었다. 하지만 상처와 병을 치료하는 연고나 진통제로 널리 쓰이던 약초는 양도 부족했고 일년 내내 구할 수도 없었다. 확실히, 미국의 소비자들에게는 값싼 치료용 연고가 필요했다. 자, 바세린을 대령하라!

    하지만 세상이 체스브로우의 놀라운 젤리를 인정하기까지는 난관도 많았다. 그는 의심 많은 대중들에게, 바세린이 끈적한 석유 찌꺼기 원료에다 심지어 표백까지 했어도 건강에는 좋다는 사실을 설명해야만 했다. 그리고 석유 찌꺼기로 만들었지만 불에 탈 염려가 없다는 점도 알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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