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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 논쟁

나는 손오공이다 2023. 4. 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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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이 보기에는 아이스크림에 뭔가가 빠진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덩어리, 즉 과일이나 견과류 사탕 등의 덩어리였다. 반면 제리는 자잘한 알맹이로 맛을 낸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다. 그는 큼직한 덩어리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먹다보면 아이스크림만 떠질 때도 많을텐데 그럴 땐 어쩌느냐고 걱정스레 물었다. 그러나 낙천적인 벤은 한 번은 아이스크림만 떴다면 다음에는 커다란 덩어리도 뜰 수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덩어리가 있건 없건 사업은 대성공이었다. 날이 더울 때는 콘이천 개나 팔리기도 했다. 때로 그들은, 폐점 시간이 되기도 전에 아이스크림을 다 팔아서 만국 공통의 "아이스크림 없음" 표지판(아이스크림 콘 위에 붉은 사선을 그은 것)을 내걸 때도 있었다.

    벤과 제리는 장사가 잘 돼도 판촉 활동에 열심이었다. 어머니날에는 모든 어머니들에게 공짜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었고, 특별히 임신중인 어머니에게는 두 개씩 주었다. 그들은 2천 명이 먹을 수 있는거대한 체리 아이스크림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그들의 이런 '모험 행각'은 극에 달해서, 버몬트 주의 세인트 앨번스마을에다 무려 10톤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아이스크림을 세우기도 했다.

    대기업 필스버리를 꺾다

    벌링턴의 한 식당에서 아이스크림을 공급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면서 사업은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벤과 제리는 당연히 이 주문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다른 식당도 관심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낡은 폭스바겐에다 12가지 맛의 아이스크림 샘플을 싣고 식당과 식료품점을 찾아다녔다. 예상은 적중했고 수요는 대폭 늘어났다. 결국 벤과 제리는 주위를 어린아이가 그린 것같은 그림으로 치장한 1969년 형 아이스크림 트럭을 구입했다. 점포가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너무 비좁게 되자 회사는 열두 사람이 매일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포장할 수 있는 좀 더 큰 장소로 이전했다. 확실히, 보스턴에도 아이스크림 매장을 열 타이밍이었다. 물론 보스턴에서도 이들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보스턴 사람 모두가 이들을 반긴 것은 아니었다. 하겐다즈의 모기업인 펄스버리는 벤 앤드 제리 아이스크림을 취급하는 유통업자는 수익성 높은 하겐다즈를 못 팔게 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뒤이은 법적 분쟁은 법정 밖에서 해결되었다. 버몬트 출신의 시골뜨기들은 "거대 재벌이 무엇을 겁내는가?" 라는 스티커를 자동차마다붙이고 다녔다. 결국 미네소타의 거물은 자신이 획책한 추잡한 책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제리는 필스버리 본사 앞에서 혼자 피켓시위를 벌일 때, 필스버리 종업원들과 수다도 떨고 문학 작품도 나눠주는 여유를 보였다.

    필스버리라는 장애물이 없어지자 벤 앤드 제리의 세력 확장을 가로막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1984년 벤과 제리는 “올해의 아이스크림 소매업자"로 뽑혔다. 그해에도 둘은 판촉을 위해, 또 여느 때와마찬가지로 즐기기 위해 이동 주택인 "카우모빌을 타고 다니며 공짜 아이스크림을 나누어주었다. 벤은 사고로 차가 불에 타버리자,역사상 가장 큰 "알래스카 통구이”를 만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업

    벤과 제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들은 수익의 일부를 자선 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1985년에는 벤 앤드 제리 재단을 설립하여 재능있는 사람들에게 35만 달러 이상의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이 재단은 회사로부터 매년 세전 수입의 7.5%를 받고 있다.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던 이들의 정책 중 하나는 회사의 급여 체계였다. 이 정책은 어떤 직원이라도 월급이 가장 낮은 직원보다 다섯 배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물론 나중에 일곱 배 이상으로 '현실화 되기는 했다.

    환경친화적이고 올바른 정치관을 가진 이 회사는 세계 평화를 위하여 피스 팝(Peace Pop)이라는 아이스크림도 만들었다. 또 열대우림(Rainforest)과 크런치(Crunch)가 있는데 여기에 든 견과류는 모두 위협받는 열대우림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품이다. 때문에 요즘은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래도 두 동업자는 살아남았고 아직도 신나게 즐기며 산다. 1995년 벤 엔 제리 아이스크림은 1억 5천5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러시아에 두 개의 매장을 열었다. 체리 가르시아, 청키 몽키 또는 아즈텍 하비스트 커피 같은 맛을 러시아어로 어떻게 번역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이 맛들이 벤 앤드 제리 것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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